좁은 상가일수록 벽 한 면에 끝선이 많습니다. 서울 관악구의 이 현장이 그랬습니다. 벽 하나를 마감하는데 석고보드가 창틀과 만나고, 가구 하지로 세운 합판과 만나고, 유리와도 직접 맞닿았습니다. 천장에서는 보드 끝선이 기존 도장면과 만났습니다.

문제는 마감이 끝나는 지점이 전부 이질재라는 것이었습니다.
석고보드끼리 만나는 곳은 두 장이 나란히 이어지니 퍼티로 덮어 하나의 면으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이 현장의 끝선들은 그런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석고보드의 잘린 단면이 창틀, 합판, 유리와 직각에 가깝게 부딪히는 자리였습니다.
덮어서 이을 면이 없습니다. 보드 단면은 종이가 끊긴 자리라 그대로 두면 부스러지고, 상대 재료 쪽으로 퍼티를 물려 마감하면 유리든 합판이든 표면에 퍼티가 그대로 굳습니다. 유리에 굳은 퍼티는 스크래퍼로 긁어야 하고, 합판은 가구가 올라앉을 하지였으니 표면에 자국이 남으면 가구가 평평하게 붙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자리에 필요한 건 두 재료를 붙이는 마감이 아니라, 석고보드 쪽을 그 자리에서 끝내주는 마감입니다.

L 비드는 이 지점을 물리적으로 나눠버립니다.
비드의 한쪽은 석고면입니다. 퍼티가 올라갈 자리입니다. 반대쪽 날개는 상대 재료와 맞닿는 재료분리면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테어어웨이 스트립이 있습니다.
이 스트립이 퍼티 나이프가 지나가는 벽 역할을 합니다. 나이프가 스트립에 걸리면서 정해진 두께로 발립니다. 동시에 스트립이 상대 재료를 덮고 있으니, 유리든 합판이든 창틀이든 퍼티가 닿지 않습니다. 퍼티가 완전히 마른 뒤 스트립을 떼어내면, 그 아래에서 정리된 끝선이 나옵니다. 닦아낼 것이 없습니다.

조명 자리에도 썼습니다
천장 라인조명이 들어갈 자리는 L 비드를 마주 보게 두 줄로 세웠습니다. 슬롯 양쪽이 각각 하나의 끝선이 되는 구조입니다.
조명 슬롯은 마감을 봐주는 곳이 아닙니다. 빛이 그 라인을 따라 나오기 때문에, 양쪽 선이 조금만 흔들려도 그림자로 드러납니다. 퍼티를 손으로 잡아 끝내면 두 줄의 폭과 깊이를 똑같이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L 비드로 잡으면 슬롯 폭이 비드 자리로 결정되고, 스트립을 떼어내면 양쪽에 같은 선이 남습니다.

시공하면서 챙긴 것들
석고보드가 이미 붙은 상태에서 쓰는 제품이라, 마감할 끝선에 보드 틈새를 만든 뒤 그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좁은 현장일수록 이 틈을 넉넉히 확보해두는 게 편합니다.
퍼티 횟수는 자리에 따라 달랐습니다. 스트립이 두께를 잡아주기 때문에 2회로 끝나는 곳도 많았습니다. 한 번에 두껍게 올리는 대신 얇게 나눠 올리는 쪽이 건조 수축이 적고 선이 살아납니다.
스트립은 퍼티가 완전히 마른 뒤에 떼어냅니다.

끝선이 깨끗하면 좁은 공간이 정리되어 보입니다.
합판과 석고보드 사이에 남은 선을 보면, 두 재료가 서로 침범하지 않고 각자 끝나 있습니다. 좁은 상가에서 벽이 넓어 보이는 이유는 대개 이런 데 있습니다.
